‘저도 빨리 수사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조윤선은 청문회를 굉장히 두려워했다. 위증하기도 지치고 그렇다고 자백할 수도 없고. 조윤선은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며 살아왔다.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벌을 받는 것보다, 사람들 입에 ‘범죄자’로 오르내리는 것일테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의 카메라 앞에서는 위증을 하고, 특검에서는 자백을 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빨리 수사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은 어쩌면 자신이 결백하다는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특검에서 밝히고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고 싶지 않다는 말로도 이해된다.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추궁했을 때 조윤선 장관은 끝까지 부인하다가 결국 ‘그런 게 있었다는 건 안다’라고 했다. 온국민이 다 알게 됐을 때서야 나도 안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특검에 들어가 드디어 자백을 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본인이 특검에서 21시간 동안 조사받으면서 진실을 밝힌 것이다.
서울대 외교학과, 콜롬비아 로스쿨, 사시합격, 국내 최대 로펌 변호사, 한나라당 대변인, 정무수석, 여가부 장관, 문체부 장관, 게다가 예쁜 외모. 모든 여대생들이 닮고 싶은 인물. 그리고 그 위에 범죄자라는 타이틀 하나.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어땠을까? 그 불안한 심리 덕분에 청문회에 이어 특검에서까지 자백을 하게 되었다.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처음 고발한 더민주의 도종환 의원은 이번 사건이 ‘정권 최상층부 차원에서 우리나라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하기 위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김기춘 실장은 물론 국정원까지 개입되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기춘은 유신시대의 공안통치 방식이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에 국정원을 동원해서 일을 하는 편이 제 집 드나들 듯 쉬웠으리라. 결국, 국정원과 청와대가 나서서 공안통치를 한 셈이다.
조윤선이 김기춘을 불었다면, 이제 김기춘은 그 윗선을 부를 것인가? 그는 끝까지 모른다고 조윤선에게 덤터기를 씌울 것이 뻔하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재용처럼 쉽게 기각되진 않을 거다. 애초에 이들이 판사에게 약속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는 자들인데 뭐. / 사람ing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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