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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유령이 독립운동가를 또 한번 죽이고 있다. 여운형 생가를 지켜라

박정희의 유령이 독립운동가를 또 한번 죽이고 있다. 여운형 생가를 지켜라

1945년 11월 우리나라 최초의 여론조사.
“조선을 이끌어 갈 양심적 지도자는 누구인가?”
1위 여운형(33%), 2위 이승만(21%), 3위 김구(18%)
“생존 인물 가운데 최고 혁명가는?”
1위 여운형(20%), 2위 이승만(18%), 3위 박헌영(17%), 4위 김구(16%)
이 여론조사를 발표한 잡지가 ‘선구’라는 우익 잡지였다. 여운형은 대체 누구인가? 해방 직전에 이승만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학생들 사이에서 그나마 임시정부나 김구의 존재를 알고 있던 정도였다. 김구나 이승만 보다 훨씬 잘 알려져 있고, 인기도 높았던 그는 국내에 체류했던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언론인이다. 그는 1929년에 체포가 되어 32년에 출옥한다. 이후 중앙일보의 사장을 지내며 민족의 지도자로서 활동했다. 좌파에 김일성과 박헌영, 우파에 김구와 이승만이 있었던 시절에 그는 친일파만 빼고 좌파와 우파가 모두가 좋아했던 통합형 인물이었다.
여운형은 해방 이후에 좌우 대립이 극한에 이르렀을 때 암살을 당했다. 47년 이후 몽양 여운형이 살아있었다면 좌우 어떤 길을 선택했을 지는 물음표다. 그러나 당시 확고한 그의 노선은 좌우합작, 민족통합이었다. 득세하는 친일파를 몰아내고, 좌우의 대립을 끝내고 통합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자는 주장을 하였다. 만약 여운형 선생이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이 정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좌우의 적절한 타협을 이끌어 내고 통합된 국가를 건설하려고 했을 것이다. 여운형을 따라 통합된 조선은 분단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그는 좌우합작 보다는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민족주의자다.
아쉬운 사건이 터진다. 좌우합작은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 때부터 계속되어 왔다. 이러한 민족 통합적 움직임은 해방 이후에도 건국준비위원회, 좌우합작위원회, 남북협상으로 이어졌다. 해방이 되자 외국의 군대가 들어오는 비상시국에, 조선인의 힘으로 정부를 설립하고, 치안유지를 준비할 단체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건국준비위원회였다. 사건은 여기서 발생한다. 건준의 활동을 동아일보 계열에서 거부한 것이다. 이들은 이후에 친일파 내지 삼민당 쪽으로 가게 된다. 우익들은 미군정이 들어온다는 말에 하나 둘 발을 뺐고, 건국준비위원회는 마치 좌익단체처럼 보이게 되었다. 이런 건준을 미군정이 인정해줄 리가 없었다. 미국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면 우리는 자주적인 통일 정부를 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해방 이후에 여운형은 좌익으로부터 기회주의자, 우익으로부터 빨갱이라는 공격을 받는다. 그러한 공격 속에서 해방이후 12차례나 테러를 당하다, 결국 47년 7월 19일 혜화동 로터리에서 극우세력의 총탄에 쓰러졌다. 여운형 서거 이후에 우리의 역사는, 분단정부수립, 전쟁, 아주 긴 독재로 이어지는 어두운 역사를 만났다.
여운형 기념사업회는 이후 각고의 노력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 때 최고 건국훈장인 대한민국장을 받기까지 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기 일주일 전에 그의 기념사업을 위해 70억원의 예산을 배정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때 이를 시행하면서 예산을 34억으로 반토막냈다. 어쨌든 그 돈을 가지고 유족들이 토지와 유품 및 자료를 기증하여 기념관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1년 11월 1일에 양평군은 유족들이 참가하고 있는 기념사업회에 위탁운영을 맡기게 되었다.
문제는 작년 12월. 유족이 참여하는 기념사업회가 주체가 되어 기념사업을 진행하는데, 기념관이 위치한 양평군은 위탁운영자를 바꾸어 버린다. ‘상명대학교 서울산학협력단 & 신원1리 새마을회’였다. 새마을회는 무엇인가? 박정희와 정신적 유산이 아니던가? 잘 운영하고 있는 기념사업회 대신, 사실상 새마을회에게 넘기고 여론의 지탄을 피하기 위해 상명대라는 들러리까지 세웠다. 새마을회가 최근 부활하여 각종 이권사업을 넘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반기문도 박근혜를 따라다니면서 새마을운동 설파를 하지 않았는가? 아직 지방에서는 그 불순한 의도를 외면한 채 새마을 운동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선전되고 있다.
친일파 박정희가 만든 새마을회가 독립운동가의 기념관을 관리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2017년은 여운형 선생 서거 7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재계약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이에 따라 기념사업회 측에서는 양평군수를 수차례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군수도 이를 적극 지지했다. 그러나 2016년 12월 6일. 갑자기 주민이 탄원서를 냈다고 하며, 양평군은 기념관 위탁사업자를 새로 공모하겠다고 통보하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12월 7일에 민간운영자 공고를 게시한다. 그리고 29일에 선정결과를 공고하였는데 그들이 바로 ‘상명대학교 서울산학협력단 & 신원1리 새마을회’였다.
신원리 새마을회도 아니고, ‘신원1리’ 새마을회? 중앙새마을회와 군이나 면단위 새마을회는 법인으로 등록이 되어 있다. 그런데 리나 마을단위에는 새마을회가 없는 경우도 많고, ‘새마을지도자’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신원1리에는 그저 새마을지도자가 있었을 뿐이고, 새마을회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신원1리 새마을회’ 자체가 이권을 먹기 위해 급조된 것이었다. 박근혜의 엄청난 공적이 아닌가? 아마 박근혜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게다가 4대강 사업에 관련된 국회의원 전병국씨도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신원1리 새마을회는 양평군이 제시한 모집공고와도 맞지 않는다. 공고에는, ‘공고일 현재, 근현대사 관련 비영리 법인 및 연구단체‘를 자격요건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상명대 담당 교수는 고고학 박사로서 근현대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또한 산학협력회는 학교와 산업체 간의 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대학설치 기구인데 대체 근현대사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무자격자가 심의에 올라서고 선정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박정희의 유령이 부활한 듯하다. 새마을회는 독립운동가/민족지도자들의 생가를 그저 돈벌이로 생각한다. 권력을 이용하여 유족이 운영하고 있는 기념관 사업회를 빼앗고 있다. 친일파이자 독재자가 독립운동가의 생가를 어떻게 파괴할 것인가? 운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파괴적이다. / 사람ing 크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