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비상시국 정치회의에서 참석자 8명 모두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퇴진에 대해서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퇴임을 이끌어 내는 방법, 퇴임 이후 조처에 대해서는 이견이 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문재인과 이재명.
문재인은 박근혜가 자진해서 퇴진할 경우 대통령의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최대한 고려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이재명은 퇴임하자 마자 바로 구속해야 한다고 했다.
2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온 이재명은 20일 모두발언에서 살짝 언급한 내용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다. 프랑스와 독일은 전범에 대해서 지금까지도 추적하고 심판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큰 나쁜놈일 수록 심판받지 않아왔다는 것.
그렇다. 해방의 기쁨을 맞고 친일파 청산을 위해 반민특위가 조직되었을 때 누가 알아겠는가? 반민특위가 그렇게 역전을 당해 무너지고 친일파가 득세하게 될 줄. 국내에 정치적 기반이 없던 이승만이 자기 한 몸의 보신을 위해 저지른 짓이다.
이승만의 13년 독재가 4.19혁명으로 무너졌고, 우리는 지금도 그 역사를 명예롭게 배우지만 역사를 직시해 보자. 혁명의 기쁨과 희망은 1년 후 박정희의 군화발에 짓밟혀 졌다.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경상남도 부산과 마산에서 박정희의 유신체저를 반대하는 시민저항운동이 일어났다. 부마항쟁이다. 이 사태의 수습책 마련을 위해 10월 26일 박정희와 경호실장 차지철, 중정부장 김재규가 자리를 같이 했고, 차지철은 76년에 캄보디아에서 있었던 킬링필드를 언급하며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 투쟁에 대한 학살을 예고했다.
만약 이때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이지 않았다면 부산과 마산은 피로 얼룩져 있었을 테다. 그러나 김재규에 총탄에 죽은 박정희의 자리를 전두환이 차지하면서 부산과 마산에서 있을 뻔했던 학살이 광주에서 일어났다.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서 보면 부산과 마산, 그리고 광주는 서로 동지이다. 부산과 마산은 어쩌면 자신들이 흘렸을 지 모를 피를 광주가 대신 흘린 것에 대해서 함께 분노해야 한다. 그런데 어째서 그곳들이 박정희, 박근혜의 성지가 되었는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87년 6월 항쟁으로 군부독재가 끝나고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새롭게 태어날 줄 알았다. 그런데 전두환의 뒤를 이는 것은 또 다른 전두환인 노태우였다.
변화를 위한 국민의 열망과 희생이 부패하고, 독선적이고, 포악한 정권들을 무너뜨렸지만 언제나 그 결심은 또 다른 부패정권, 독서적이고 포악한 정권들이 차지했다.
그러니 이들이 국민을 두려워 할리 없다.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은 잊는 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속으로 '그러니까 너희가 개, 돼지란 소시를 듣는 거다'라고 비웃을지 모르겠다.
그러기에 죄를 지으며 반드시 댓가를 치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질서있는 퇴진'....웃기는 소리다. 여기서의 '질서'가 정치적 타협과 협상, 죄를 덮어 줄테니 하야만 하라는 식의 협잡이 아니길 바란다.
박근혜가 조장한 국가폭력과 폐혜는 너무나 크다. 박근혜 뿐 아니다. 4대강을 비롯해 이명박과 그 잔당들이 관련되어 있는 부분은 모두 밝혀서 함께 심판해야 한다.
박근혜를 허수아비로 세우고 최순실이 정치를 했어도 지난 4년간 유지된 대한민국이다. 질서있는 퇴진을 하지 않았고, 경제성장을 고려한 재별지키기를 하지 않아도, 지역감정과 사회갈등을 고려하여 나쁜 놈들을 배려하지 않아도 대한민국은 혼란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심판할 사람들을 심판하지 않고, 처벌받아야 할 관계자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게 될 때 미래의 대한민국은 잠재적 위험과 혼란에 항상 놓여 있을 것이다.
퇴진하지 않겠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탄핵으로 가면 된다. 대신 그 심판을 반드시 엄중하게 하여 법 앞에 예외가 없게 하길.
전두환을 예방한 추미애를 보면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죽어야 했을 전두환이 평생 죄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오히려 야당 대표가 인사까지 가야될 정도가 된건가.
박근혜를 철저하게 심판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분명 총선을 앞두고 너나없이 새누리당 인사들이 박근혜를 찾을 것이고, 본인은 여전히 건제하다고 믿을 것이다.
그런 더러운 꼴은 전두환 한 명으로 족하다. 박근혜에게, 똑한 이명박에게는 그런 기회를 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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