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계의 위화되회군, 수양대군의 계유정난, 이징옥의 난, 이시애의 난, 정여립의 난, 이괄의 난, 이인좌의 난.
조선시대에는 계속해서 난이 이어져 왔다. 이 난들과 홍경래의 난의 차이점은 홍경래는 평민이라는 점.
홍경래 이후 개인들의 이름은 사라지고 임술민란, 임오군란, 갑오농민전쟁이라는 백성들이 주최가 된 민란이 이어진다. 백성들이 주도해서 일어난 민란들. 그 시대를 연 것이 라온이의 아버지 홍경래의 난이다.
조선 후기로 가면 이앙법 보급이 되면서 농업 생산량이 늘어납니다. 화폐경제, 상품경제의 발달은 조선사회의 신분제에 변화를 가져옵니다. 인구구성비율이 제일 높았던 평민이었던 상민들 중에 부를 축적한 상인들이 대거 양반사회로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농촌사회는 자영농 중심의 사회였기에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자영농에서 부농으로 성장한 평민들은 양반으로 신분상승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공명첩을 사거나, 합법적으로 곡식을 바치거나(납속), 몰락한 양반으로부터 족보는 사는 편법까지 다양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양반의 수는 전체 인구의 반에 이르렀습니다.
양반의 늘었다고 양반의 혜택이 줄어들진 않았기에 양반이 못된 농미들의 처지는 더욱 어려워졌고, 각족 부담이 늘어나기만 했습니다. 한 마을의 군포, 환곡 할당액은 일정한데 농민들의 수는 줄어 들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나눠지던 부담이 이젠 소수들이 부담해야 되는 겁니다.
그 결과 상민 신분의 농민들은 점점 몰락해 소작농으로 되었습니다. 그 말은 대대로 물려받은 전답을 모두 잃게 되었다는 겁니다. 소작농을 하거나 광산 등의 임노동자로 바뀌어 살게 되거나, 화적이 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예전의 신분제도는 양반, 중인, 상민, 천민으로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사농공상의 귀천의식이 철저하게 전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완전히 의식이 바뀌어서 공, 상이 귀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됩니다. 돈, 경제가 중요하게 인식된 겁니다.
죽도록 일해도 빼앗기고나며 굶주리기 일쑤인 처지.
순조 11년 3월, 황해도 곡산부의 백성 수백 명이 뭄둥이를 들고 관아로 들이닥쳐 관속들을 때려눕히고 수령의 병부와 인신을 빼앗아 이웃 마을 수령에게 가서 바친 일이 있었습니다. 곡산 부사의 가혹한 수탈이 원인이었습니다. 비변사의 논의를 거친 조정의 사후 처리는 백성중 대표자 40명을 처형, 곡산 감사는 유배로 끝났습니다. 여전히 불공평합니다.
그런데 20년쯤 흘러 순조 말년에 가면 많이 달라집니다. 순조 33년에는 서울 도성 안 백성의 폭동이 있었습니다. 분노한 백성이 쌀 가게를 부수고, 불질러 버렸습니다. 그때 각 군영의 장졸들이 출동했지만 그 기세에 감히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바라만 봤습니다.
당시 강상 상인들이 사들인 쌀이 많아 가격이 떨어졌는데 그 쌀 값을 올리기 위해 시전상인들로 하여금 열 곳의 가게 중 하나만 열게하고 나머지는 닫도로 했습니다. 그러자 쌀 구입이 어려워졌고, 쌀값이 올랐습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백성들이 분노한 것은 당연합니다.
폭동사태가 정리되가 주모가 7명이 처형, 수십명이 곤장형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시전상인은 유배, 강상 상인들에게는 아예 죄도 묻지 않았습니다.
진짜 나쁜놈들은 죄값을 관대하게 받고, 그 피해자들의 분노는 엄하게 책망하던 시대입니다. 도성분위기가 심상지 않자 조정에서 주동자와 변란을 초래한 자들이 같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청을 올렸고, 영의정 남공철도 거들었습니다. 그 결과 장본인으로 지목된 강상 상인과 시전 상인 각 한 명에게 사형이 내려졌습니다.
또 전라 지방의 한 백성은 자신이 제기한 송사에 수령이 불리한 판결을 하자 서울로 올라와 수령의 아비를 찾아가 폭행하기도 했습니다. 백성들이 달라졌습니다. 무조건 참지만은 않습니다. 앞에 소개한 곡산부 백성들의 일과 서울 도성 백성의 일 사이에 차이가 있습니다. 곡산 백성을 벌할 때 민심을 고려하지 않았는데 이젠 민심을 고려하고 눈치를 보는 겁니다. 물론 조성에서 임명한 수령과 상인, 지방과 서울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의 민심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변화가 온건 분명합니다. 도대체 왜? 그 대답이 바로 홍경래의 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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